국제유가, 호르무즈 사태로 5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
나흘간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선박 피격 사건의 여파로 5거래일 만에 다시 상승했습니다. 이전까지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기대감에 전쟁 직전 수준까지 떨어졌던 유가는, 이번 사건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하루 만에 방향을 틀었습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2.06% 오른 배럴당 75.26달러를 기록했으며,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2.25% 상승한 71.9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국제해사기구(IMO)가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및 선원 철수 계획을 잠정 중단하고, 이란 측이 지정 항로가 아닌 선박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해상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AI 호황의 역설: 반도체 주 강세 속 빅테크 비용 부담 증가
한편, 같은 날 뉴욕증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호재와 빅테크 기업의 비용 부담 우려가 엇갈리며 혼조세를 나타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로 메모리 반도체 관련 주식들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발표와 긍정적인 전망에 힘입어 약 16% 급등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도체 가격 상승은 완제품 및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애플은 메모리 등 부품 비용 상승을 이유로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 인상을 발표한 후 6.12% 하락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제품 가격 인상과 AI 인프라 투자 비용 부담이 겹치며 3.46% 떨어졌습니다. 알파벳과 메타 또한 각각 약 1%, 2%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기술주 균열 속 가치주로의 자금 이동 포착
전문가들은 AI 투자 확대가 모든 기술주에 동일한 호재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기업에게는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만, 부품을 구매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에게는 원가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례로 BMO 패밀리 오피스 최고투자책임자(CIO) 캐럴 슐라이프는 "시장은 한 회사의 폭발적인 실적과 매출이 공급망 어딘가의 다른 누군가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언급했습니다.
기술주가 흔들리는 동안, 투자자금은 헬스케어, 금융, 산업재 등 가치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1.72p(0.14%) 오른 5만1920.62에 거래를 마치며 장중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3p(0.01%) 하락한 7357.4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18.03p(0.46%) 떨어진 2만5358.60에 마감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가 지표 부담 속 미 국채 금리 및 달러 약세
물가 지표 또한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4.1% 상승해 202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역시 3.4% 상승하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다만, 이 수치가 시장 예상 범위 내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큰 폭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2bp 내린 4.13%, 10년물 금리도 2bp 하락한 4.39%에 거래되었습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2% 내리며 달러 약세를 보였으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비트코인은 2.6% 하락하여 6만 달러선 아래로 밀려났고, 이더리움은 3.3% 떨어지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국제 금값은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