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국 142개 점포를 운영하며 연 매출 8조 원을 기록, 국내 대형마트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홈플러스가 존폐의 기로에 섰습니다. 냉장 코너에는 달걀 대신 프라이팬이, 냉동 코너에는 만두 대신 얼음컵만 채워져 있는 텅 빈 매장 풍경은 국민 마트로 군림하던 과거와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지난해 3월, 갑작스러운 기업회생 신청 이후 1년이 흐른 현재, 홈플러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회생 신청 직전 126개였던 점포는 67개로 반토막 났으며, 1만 8천 명에 달했던 직원은 9천여 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남아있는 직원들 역시 불안정한 미래에 직면해 있습니다.
제작진이 만난 홈플러스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직원들의 증언은 현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경기도의 한 점포에서 30년간 근무한 이혜영(가명) 씨는 홈플러스를 '가족을 지켜준 버팀목'이라 표현하며, 남편의 사업 난항 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일터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 허무하고 슬프다는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부산의 한 점포에서 15년간 일한 정승숙 씨 역시 홈플러스를 단순한 직장이 아닌,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삶의 터전으로 여겨왔습니다. 정 씨는 "월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며 홈플러스가 회생되기를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히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물건을 납품해 온 협력업체, 매장 내 공간을 임대해 영업하는 자영업자 등 홈플러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들은 약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전국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한 8천여 명의 자영업자들은 당장 생존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문을 닫은 점포에서도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상황에서 매출까지 급감하며 이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10년 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부터 내재되어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홈플러스의 위기가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다른 기업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주 SBS <뉴스토리>는 존폐의 갈림길에 선 홈플러스 사태의 실상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 평생을 바쳐 일궈온 터전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엄마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과연 홈플러스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이 비극적인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주목됩니다.